운동 선수의 불안을 긍정 에너지로 바꾸는 방법

1. 긴장과 불안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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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선수에게 시합은 전쟁과 다름없습니다. 지금까지 쏟아온 모든 노력을 단 한순간의 퍼포먼스로 보여 주어야 하기 때문이죠. 시합 때 느껴지는 정신적인 부담이나 스트레스를 긴장 혹은 불안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둘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합은 심판이나 관중, 카메라 등 다양한 외적 자극이 있어서 평소의 훈련과 전혀 다릅니다. 이러한 수많은 자극으로 인해 운동선수의 몸은 평소와는 다른 긴장 상태가 됩니다. 여기서 긴장 상태란 신체적 각성이 활성화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잠이 오는 상태가 낮은 각성상태라면 시합 직전의 상황은 높은 각성 상태인 것입니다. 영어권에서 긴장(nervous)은 일시적인 두려움, 초조함 등의 감정 상태를 표현할 때 사용되지만, 한국의 스포츠 현장에서는 긴장과 각성을 크게 구분하지 않습니다. 즉, 긴장 상태란 곧 신체적인 각성 수준을 의미하는 ‘에너지 레벨’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반면 불안은 에너지 레벨이 상승하거나 낮아짐에 따라 운동선수에게 나타나는 부정적인 정서 상태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심장이 뛰거나 근육이 떨리는 등의 신체적 상태(높은 에너지 레벨)에 대하여 ‘초조하다, 질 것 같다’ 등으로 느끼고 인지하는 것을 시합 불안이라고 합니다. 즉, 스포츠에서 불안은 긴장 상태에 대한 인지적, 정서적 반응인 것입니다.
불안은 크게 인지불안신체불안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인지불안은 걱정이나 근심처럼 머릿속으로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르는 반응이며, 신체불안은 빨라지는 심장박동, 불안정한 호흡, 땀과 같은 생리적인 반응을 의미합니다.



2. 불안을 긍정의 에너지로 바꾸는 인식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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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불안은 시합을 방해하는 부정적인 요소로 해석되지만, 불안은 결국 높거나 낮은 에너지 레벨에 대한 운동선수의 반응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올림픽 등의 무대에서 활약한 운동선수들의 인터뷰를 살펴보면, 자신의 높은 각성 상태를 적절하게 컨트롤하고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즉, 불안도 에너지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시합 전 심박수가 빨라지고 근육이 수축하는 등의 신체불안 반응이 나타난다면 이에 대하여 ‘지금 이 긴장감은 시합에 나가기 위해 몸이 반응하는 것이다. 이 떨림은 설레임이다’와 같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생각의 방향을 조금 바꾸었을 뿐인데도 시합 전 찾아오는 불안에 대한 느낌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입니다. 이를 스포츠 심리학에서는 불안의 촉진효과라고 부릅니다.


이 촉진효과를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운동선수 자신이 시합을 준비하는 하루 전부터 인지불안과 신체불안이 언제 높아지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항상 불안에 대하여 긍정적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생각보다 운동선수의 시합 준비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불안할수록 평소에 더 운동을 열심히 하고 철저하게 준비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인지불안이 시합 직전 어느 시점부터 활성화되는지를 확인하고, 이때 발생하는 부정적 심리반응을 촉진효과로 조절해야 합니다.


만약 인지불안이 높아진 상태에서 신체불안까지 함께 높아지게 되면, 흔히 말하는 멘붕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합 30분 전을 불안 관리의 골든타임으로 여기고 인지불안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한다면 경기력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3. 적정 에너지 레벨을 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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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불안과 더불어 신체불안 역시 함께 관리하면 더욱 효과적입니다. 시합을 앞둔 운동선수들의 신체적 에너지 레벨은 크게 상승합니다. 때문에 시합을 앞둔 운동선수에게 ‘긴장하지 말고 편안히 해라’는 사실 불가능한 조언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자연스러운 것이라 하여 에너지 레벨이 한없이 높아지는 것(신체불안)을 좌시할 수는 없습니다. 종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에너지 레벨이 적정 수준을 넘어가게 되면 집중력이 낮아져 필요한 정보를 처리할 수 없게 되어 경기력이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신체적 에너지 레벨을 적정 수준으로 조율하는 방법은 종목이나 운동선수의 특성에 따라 다양합니다. 비교적 높은 수준의 에너지 수준을 요구하는 종목으로는 역도, 단거리 등이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사격, 양궁, 골프 등은 세밀한 감각과 고도의 집중을 요구하기 때문에 비교적 낮은 에너지 수준이 경기력에 긍정적 영향을 줍니다. 또한 운동선수 개인별로 차분한 상태를 선호하는가, 빠른 템포와 흥분감을 선호하는가에 따라서도 적정 에너지 수준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높은 에너지 수준이 필요하다면 시합 전 박수를 강하게 치거나 몸을 벽에 부딫치는 방법 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는 심박수를 높이기 위해 강도 높은 워밍업을 하거나 빠른 박자의 음악을 들으며 몸과 마음을 고양시키는 방법도 자주 사용됩니다. 반대로 낮은 에너지 수준이 필요하다면 몸을 이완시키는 스트레칭이나 명상, 느리고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시합을 대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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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시합 전 적정 에너지 수준을 찾기 위해 다양한 루틴을 활용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평소 훈련상황에서도 일정한 루틴을 통해 적정 에너지 수준을 맞추고 유지하려 노력합니다. 몸이 적정 에너지 레벨을 기억하고 자동화하여 시합에서 평소처럼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도록 꾸준하게 적응시키는 것입니다.


사람의 행동은 사소한 생각의 전환을 통해 극적으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시합 상황에서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불안에 대하여 운동선수가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반응한다면, 언제까지나 경기력에 방해가 될 뿐입니다.


평소 시합을 앞두고 불안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선수가 있다면 훈련에서 불안을 유발할 수 있는 상황을 부여하고 이에 대한 부정적 반응에 대하여 운동선수가 스스로 논리적인 반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사고능력 또한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불안은 더 이상 불청객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찾아오는 단골손님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적정 에너지 레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불안이 운동선수의 든든한 아군이 되어줄 것입니다.



소개글 : 권혁주
학부에서 심리학을, 대학원에서 스포츠 심리학을 전공하였으며 관련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스포츠심리상담사 2급(한국스포츠심리학회)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으며, 학생선수와 실업 및 프로선수를 대상으로 심리상담과 훈련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관심영역은 엘리트 선수들의 건강한 멘탈리티 형성과 경기력 향상입니다.

학력
- 2014년 대구대학교 심리학과 졸업
- 2016년 인하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 졸업(스포츠심리학 전공)
- 2022년 인하대학교 대학원 박사(스포츠심리학 전공)

자격증
- 2019년 스포츠심리상담사 2급(한국스포츠심리학회)
- 2019년 스포츠진로상담사 2급(중앙대학교 CAUPES)

경력
- 2017년 전남체육중고등학교 멘탈트레이너
- 2018년 전라남도교육청 스포츠심리상담사
- 2020년 포포투(FourFourTwo) 멘탈 칼럼니스트
- 2021년 멘탈퍼포먼스 멘탈디렉터
- 2021년 인하대학교 스포츠심리학연구실 실장
- 2021년 인하대학교 교양체육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