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의 심리상태를 파악하는 방법

선수의 심리를 모르겠어요!

어느 스포츠멘탈코치도 선수들을 보자마자 바로 그 선수의 심리와 멘탈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오랜 기간 봐온 가까운 지인을 한 명 떠올려보세요. 그 지인의 가치관과 심리상태, 내면에서 추구하는 것 등을 모두 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말이 있듯이, 24시간 합숙하며 함께 지내온 선수라 하더라도 그 선수의 드리블 실력, 공간 감각, 골 결정력 등 눈에 보이는 기술적인 부분은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하겠지만 보이지 않는 멘탈은 다른 영역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선수들의 심리 상태를 파악할 수 있을까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겉만 보고 지도자가 섣불리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선수들과 밀착하여 1:1 멘탈코칭을 진행하다 보면 선수와 지도자 사이에서 서로에 대한 틈이 큰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지도자 입장에서는 “그럼 나한테 와서 말하면 되지 않느냐, 요즘 애들은 면담 신청도 잘 안 하고 물어봐도 ‘네’라고 대답만 하지 적극성이 없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선수 입장에서는 잘 보여야 하는 지도자에게 괜히 힘든 소리 해봤자 좋을 거 없고, 바쁜 지도자들이 많은 선수 중 하나인 자신에게 실제 마음을 써줄 여력이 없을 거라고 치부해버리기 일쑤입니다. 그러니 대화가 되지 않고 서로 오해만 쌓이는 것이죠.
그래서 일단 아무리 내가 지도자로서 그 분야에 대한 전문가일지라도 선수의 기술적 실력 외에 심리나 멘탈에 대해서는 절대 단정 짓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나의 에고(ego)가 발동하는 순간 의도와 달리 멘탈능력 파악이라는 목적은 멀어지게 됩니다.

선수에 대한 진정성이 먼저!

많은 스포츠 심리상담사들은 선수들의 멘탈에 대해 질문지 형태의 진단검사로 진행하곤 합니다. 물론 이것이 숫자로도 한눈에 보이고 시간적 측면에서도 용이하기에 편하게 사용할 순 있지만 여기엔 큰 허점이 있습니다.
자존감이 높은 선수는 자신에 대해 무조건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고, 실제 멘탈이 강하더라도 기대치가 높은 선수는 자신에 대해 겸손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타인이 시키는 이런 검사지에는 솔직하게 답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선수에 대한 평가로 이어질 거란 두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간과 정성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라포형성’ 후에 지속적인 1:1 면담시간을 가지며 선수와 심리적 부분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이야기 나누는 쪽을 추천합니다. 제대로 된 라포형성을 위해서는 선수에 대한 진정성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rapport : 상담이나 교육을 위한 전제로 신뢰와 친근감으로 이루어진 인간관계)

질문지 진단검사

준비가 되었다면 선수와 함께 아래 질문들에 대해 체크해봅니다. 같은 질문지 두 장을 준비하여 선수 본인은 자신에 대해서, 지도자는 지도자가 바라보는 선수에 대해서 1~5점 척도로 점수를 주면 됩니다.

위의 질문에 대해 모두 체크해 보았다면, 테이블 가운데에 두 장의 종이를 나란히 놓으면 됩니다. 지도자와 선수는 서로가 매긴 점수를 비교해보고, 1~12번의 질문들에 대해 항목마다 하나씩 선수의 생각을 먼저 듣습니다. 선수의 말이 끝난 후 지도자가 덧붙이고 싶은 말이나 오해한 것이 있다면 구체적 예시와 함께 설명해주면 됩니다.


이런 과정을 12번까지 모두 거친다면 지도자는 해당 선수가 최근에 훈련이나 시합 때 어떤 마음가짐이었는지, 얼마나 심리적인 준비가 되었는지,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는지를 솔직하게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선수 입장에서는 지도자와 한층 가까워지면서 지도자의 생각을 듣고 팀에 대한 소속감과 목표의식이 높아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심리와 멘탈에 대한 파악은 절대 쉽지 않다는 것, 그렇기에 평소 모습만 보고 그 선수에 대해 단정 지으면 안 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그리고 진정성을 가지고 시간을 써야 한다는 것도 말입니다. 한 사람을 알아가려면 그 사람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은 더더욱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