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놓친 축구 유망주들

우리가 놓친 축구 유망주들
한눈에 보는 핵심 요약
· 유럽 5개국 U-17 대표 가운데 성인 대표팀에 한 번이라도 뽑힌 선수는 15%가 되지 않았습니다.
· 같은 학년 안에서 먼저 태어나거나 자란 선수는 지금의 차이가 실력처럼 보여 더 많이 뽑힙니다.
· 늦게 자라는 선수를 놓치지 않으려면 태어난 달과 성장 기록을 남겨 지난 기록과 비교해야 합니다.

유럽 축구 강국 다섯 나라의 U-17 대표 선수를 성인이 될 때까지 추적한 연구가 있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U-17 대표였던 선수들 중 성인 대표팀에 한 번이라도 뽑힌 선수는 15%가 채 되지 않았습니다. 열일곱 살에 받은 평가가 성인 무대까지 그대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입니다.

이유가 실력 하나라면 이야기는 단순합니다. 그런데 열일곱 살의 평가에는 실력 말고도 두 가지가 섞여 있습니다. 같은 해에 태어난 선수 가운데 누가 먼저 태어났는지 그리고 누가 먼저 자랐는지입니다.

1편에서는 성장 시기의 차이가 선수의 몸에 남기는 것을 다뤘습니다. 이 글은 생일과 성장 시기의 차이가 선수의 평가에 남기는 것을 다룹니다. 선수 성장 계획(IDP, Individual Development Plan)의 첫 단계인 측정에서 다룬 성장 기록에 태어난 달을 포함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생일과 성장 시기, 서로 별개인 두 가지 차이 출생 시기(빠름·늦음)와 성장 시기(빠름·늦음)를 두 축으로 나눈 네 칸 도식. 생일이 빨라도 늦게 자랄 수 있고, 생일이 늦어도 일찍 자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출생 시기 빠름 늦음 성장 시기 빠름 늦음 일찍 태어나 일찍 자란 선수 늦게 태어나 일찍 자란 선수 일찍 태어나 늦게 자란 선수 늦게 태어나 늦게 자란 선수 읽는 법 | 두 차이는 서로 별개라, 네 칸 각각에 해당하는 선수가 있을 수 있습니다.

[도식 1] 생일과 성장 시기, 서로 별개인 두 가지 차이

Q. 어릴 때 잘하던 선수는 성인 대표가 되는가?

대부분 성인 대표가 되지 못합니다. 연령별 대표로 뽑힌 선수 가운데 성인 대표까지 가는 선수는 소수입니다.

잉글랜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의 남자 대표 선수 9,527명을 분석한 연구(Frontiers in Sports and Active Living, 2024)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1985~1998년생 3,001명을 성인이 될 때까지 따라가, 연령별 대표가 성인 대표팀에 한 번이라도 소집됐는지를 봤습니다.

연령별 대표에서 성인 대표팀까지 간 비율 (유럽 5개국)
연령별 대표성인 대표팀에 소집된 비율
U-1715% 미만(나라별 9.2~14.6%)
U-1925% 미만
U-2140% 미만

[표 1] 연령별 대표에서 성인 대표팀까지 간 비율 (유럽 5개국)

나이가 많은 연령별 대표일수록 성인 대표팀까지 간 비율이 높았지만, U-21에서도 절반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거꾸로 성인 대표 가운데 14~24%는 연령별 대표에 한 번도 뽑힌 적이 없었습니다. 연구진은 연령별 대표 선발이 성인 대표 선발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가능성은 높인다고 정리했습니다.

독일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같은 일이 보입니다. 해마다 선수의 41%가 바뀌었고, 유스 아카데미는 24.5%가 바뀌었습니다. 어느 나이에 뽑혔든 3년 뒤까지 남아 있을 확률은 50%가 되지 않았습니다(European Journal of Sport Science, 2014). 독일 프로 선수들은 어린 나이에 한 번 뽑혀 쭉 길러진 것이 아니라, 뽑히고 빠지기를 되풀이하며 성장했습니다.

선수들이 축구화를 신고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다
[사진 1] 경기장 벤치, 나란히 앉아 출전을 기다리는 선수들 ​

Q. 같은 학년 안에서 왜 생일이 빠른 선수가 더 많이 뽑히는가?

같은 해에 태어난 선수끼리 묶으면 1월생과 12월생 사이에 거의 1년의 차이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 차이가 선발에 미치는 영향을 상대연령효과라고 부릅니다.

열일곱 무렵의 선수에게 1년은 작지 않습니다. 키와 힘, 경기 경험이 그만큼 앞서 있고, 경기장에서는 그 차이가 실력처럼 보입니다. 국내 유소년 대회도 U-15, U-18처럼 연령으로 팀을 나누므로 같은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유럽 10개국의 연령별 대표를 조사한 연구(Journal of Sports Sciences, 2005)에서는 U-15부터 U-18까지 모든 대표팀에 1~3월생이 몰려 있었습니다. 14개 종목, 38편의 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Sports Medicine, 2009)은 이 현상이 거의 모든 종목에서 일관되게 나타났고, 전체 크기는 작지만 15~18세 남자 선수, 지역·국가 대표급, 인기 종목에서 가장 컸다고 정리했습니다. 축구 U-17 대표는 여기에 모두 해당합니다.

비가 내리는 밤 경기장에서 체격 차이가 나는 검은 유니폼의 21번 선수와 흰 유니폼의 6번 선수가 걷고 있다
[사진 2] 비 오는 야간 경기, 체격 차이가 나는 두 선수의 뒷모습 ​

Q. 먼저 자란 선수는 왜 더 잘해 보이는가?

먼저 자란 선수는 신체적으로 앞서 있어, 그 차이가 실력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나이라도 몸이 자라는 시기는 선수마다 다르고, 또래보다 몸이 얼마나 먼저 자랐는지를 성숙도라고 부릅니다. 키가 가장 빠르게 자라는 시기, 급성장기(PHV, Peak Height Velocity)를 먼저 지난 선수에게서 이런 차이가 크게 나타납니다. 급성장기가 무엇인지는 1편에서 다뤘습니다.

선발에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차이
구분생일 차이 (상대연령)성장 시기 차이 (성숙도)
무엇인가같은 학년 안에서 먼저 태어난 정도같은 나이 안에서 몸이 먼저 자란 정도
어떻게 아는가생년월일키·앉은키·체중의 변화로 추정
평가에서 앞서 보이는 것체격, 힘, 경기 경험체격, 속도, 힘
남길 기록태어난 달성장 기록

[표 2] 선발에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차이

잉글랜드 프로 구단 아카데미 한 곳의 8년 치 선발 기록을 분석한 연구(Journal of Sports Sciences, 2020)가 생일과 성숙도를 함께 봤습니다. U-9부터 U-16까지 202명, 566건의 기록입니다. 생일에서는 가장 먼저 태어난 3개월 생이 전체 기록의 54.8%를 차지했습니다. 고르게 뽑혔다면 25% 안팎이어야 할 자리로, 이런 경향은 모든 연령 그룹에서 보였습니다. 성숙도에서도 먼저 자란 선수가 더 많이 뽑혔습니다. 이 현상은 U-12부터 나타나 나이가 들수록 커졌고, U-15와 U-16에는 늦게 자라는 선수로 분류된 선수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연구진이 강조한 것은 두 차이가 서로 별개라는 점입니다. 늦게 태어난 선수도 일찍 자랄 수 있고, 일찍 태어난 선수도 늦게 자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연구진은 두 차이를 각각 따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흰 유니폼의 작은 선수와 체격이 큰 남색 유니폼 선수가 볼을 두고 맞서 있다
[사진 3] 유소년 경기 현장, 체격 차이가 나는 두 선수가 볼을 두고 맞서는 장면

Q. 뒤처져 보이던 선수는 성인 무대에서 어떻게 되는가?

늦게 태어나 불리했던 선수 가운데 연령별 대표에 남은 선수는 오히려 더 많이 성인 대표가 됐습니다.

앞의 유럽 5개국 연구에서 U-17 대표 가운데 그해 마지막 3개월에 태어난 선수는 첫 3개월에 태어난 선수보다 성인 대표가 될 가능성이 약 2배였습니다. 다만 선수마다 편차가 커서 2배라는 숫자보다 방향을 읽어야 합니다. 잉글랜드 럭비에서도 늦게 태어난 선수가 성인 무대까지 더 많이 올라갔고, 연구진은 체격이 앞선 또래와 겨룬 경험이 성장에 도움이 됐다는 가설로 설명합니다(Frontiers in Sports and Active Living, 2021). 반면 U-21 대표에서는 태어난 시기에 따른 차이가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이 수치는 연령별 대표로 뽑힌 선수만 따라간 결과입니다. 처음부터 뽑히지 못한 선수는 이 통계에 들어 있지 않아, 늦게 태어난 선수가 더 강하다고 해석할 수는 없습니다.

국가대표 배준호가 플코짐 코치와 함께 모니터 화면을 보고 있다
[사진 4] 플코짐에서 측정 결과를 코치와 함께 보는 배준호 ​

Q. 지도자는 선수의 성장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

태어난 달과 성장 기록을 남기고, 팀 내 순위보다 그 선수의 지난 기록과 비교해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한 번의 기록보다 그동안의 변화를 보는 방식입니다.

국가대표 배준호는 스스로를 원래 왜소하고 약한 선수였다고 말합니다. 인터뷰에서 지도자와 부모에게 이런 말을 전했습니다.

“지금은 결과보다 과정을 조금 더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네 가지입니다.

태어난 달과 성장 기록을 남깁니다. 같은 기록이라도 12월생이 냈다면 1월생보다 거의 1년 어린 나이에 낸 기록입니다. 성장 기록은 한두 달에 한 번 키와 앉은키, 체중을 재서 남기면 됩니다. 이 기록의 변화로 추정한 성장 시기와 태어난 달을 같이 보면 지금의 우위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팀 내 순위가 아닌 선수의 지난 기록과 비교합니다. 늦게 자라는 선수는 팀 내 순위가 낮더라도 자기 기록은 나아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같은 항목을 주기적으로 반복해 재야 그 선수의 지난 기록과 비교할 수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반복 측정이 기준선을 만든다고 쓴 이유입니다. 한 시점만 담는 평가표 한 장으로는 그 변화를 볼 수 없어, 기록이 시간 순서로 쌓이는 곳이 따로 있어야 합니다(IDP를 엑셀이나 표로 관리하면 안 되는가).

팀 안에서 성숙도가 비슷한 선수끼리 묶어 봅니다. 나이 대신 성숙도로 묶는 방식을 바이오밴딩(bio-banding)이라고 부릅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카데미의 바이오밴딩 대회(Journal of Sports Sciences, 2018)에서는 다 자랐을 때 예상 키의 85~90%에 이른 선수 66명이 함께 경기했습니다. 평소 나이별 경기와 비교해, 일찍 자란 선수는 신체적으로 비슷한 상대와 겨루느라 더 힘들어 기술과 전술에 무게를 둬야 했고, 늦게 자란 선수는 신체적으로 밀리지 않아 자기 역량을 보여줄 기회가 늘었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바이오밴딩도 성숙도 차이를 줄일 뿐 없애지는 못합니다(Sports Medicine, 2019).

평가를 한 번으로 끝내지 않습니다. 독일 프로 선수들은 연령별 대표팀과 유스 아카데미에 뽑히고 빠지기를 되풀이하며 성장했고, 유럽 성인 대표의 14~24%는 연령별 대표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빠진 선수가 다시 들어올 길을 열어 두면 늦게 자라는 선수에게도 기회가 열립니다.

한 사람이 흰색 측정 장비를 들고 있고, 다른 사람이 노트북으로 결과를 보고 있다
[사진 5] 측정 현장, 측정 장비를 살피며 노트북으로 결과를 확인하는 장면 ​

PLCO는 선수마다 다른 변화를 놓치지 않도록 기록합니다.

PLCO(플코)는 팀 파견 측정과 플코짐에서 11개 항목 피지컬 측정을 하고, 결과를 선수별 리포트로 돌려줍니다. 같은 나이의 측정값이라도 생일과 성장 시기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 번의 측정값보다 여러 번의 측정을 이어 볼 때 그 선수만의 변화가 보입니다.

IDP는 선수 개개인에 맞춰 관리하는 선수 성장 계획입니다. 선수마다 태어난 달과 자라는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계획의 출발점도 그 선수의 지난 기록에 둡니다.


인조잔디 위에 손글씨로 쓴 기록지가 쌓여 있다
[사진 6] 훈련장, 잔디 위에 쌓인 기록지

기록이 쌓일수록 선수의 성장이 보입니다.

U-17 대표가 성인 대표로 이어지지 않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생일과 성장 시기는 그중 눈으로 가려내기 어려운 두 가지입니다. 어린 나이에는 먼저 태어났거나 먼저 자란 선수의 체격이 실력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태어난 달과 성장 기록을 남기고 선수를 지난 자신과 비교하면, 지금의 차이가 실력에서 오는지 생일이나 성장 시기에서 오는지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그 기록이 쌓이는 동안 늦게 자라는 선수에게는 몸이 자랄 시간이 생기고, 지도자는 다음 선발 때 그 기록을 근거로 삼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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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